[칼럼]장마의 애환

작성일: 2014-04-16

중국인 관자의 말에 계절의 변화에 나를 맞추어 힘쓰지 않으면 재물이 생기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개발하지 않으면 창고가 차지 않는다는 충고를 했다. 이러하듯 정치의 근본도 그 원리가 사람을 심는 목민(牧民) 일진대 목민이란 백성을 다스리고 기르는 것을 뜻한다. 牧은 가축을 ‘기른다’ ‘친다’ 는 뜻으로, 지도자나 치인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목자가 마치 가축을 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무릇 영지를 소유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 임무가 사계절(四時)을 잘 살펴서 농사가 잘되게 하는 데 있다. 나라에 곡물이나 재물이 풍성하면 멀리 있는 사람(遠者)도 오고, 토지가 개간되어 국토가 되면(地檗擧)백성이 머물러 오래 살기를 바란다. 창고가 가득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고 했다.
흔히들 여름철 장마를 짓궂은 일로만 여기고 있어 빨리 걷혔으면 하는데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북 땅의 함경북도 갑산 처녀들은 장마가 짧으면 마(麻)의 대를 잡고 흔들며 눈물지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장마가 짧으면 마가 덜 자라서 흉마(凶麻)가 되기 때문에 삼베 몇 필에 오랑캐에게 팔려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처녀들은 울면서 “마야 마야” 어서어서 자라다오,” 라고 울부짖었다 하는데 여기서 장마(長麻)란 말이 유래 했다고 한다.
남한 땅 충청도 보은 처녀들은 또 그녀들 나름대로 장마가 길면 슬며시 들창을 열고 눈물을 흘렸다하는데, 이유인즉슨 대추의 고장인 이곳에서는 대추가 시집갈 혼수비 마련의 유일한 밑천인데 긴 장마는 대추를 영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 산촌 경작지 입지 조건에 따라 하늘의 조화가 시집갈 처녀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니 四時 장철이 하느님의 법이랄까 작란이 요악스럽다고나 할까?
기울지 않는 땅에 나라를 둔다는 것은, 유덕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과 같다. 고갈되지 않는 창고에 쌓는다는 것은 오곡(五穀)의 생산에 힘쓰는 것이다. 무진장한 창고에 갈무리 한다는 것은, 뽕과 삼을 기르고 육축六畜) 즉 소, 말, 돼지, 양, 닭, 개를 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덕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면 나라가 평안하다. 오곡의 생산에 힘쓰면 식자재가 충분하다. 다시 말해서 뽕과 삼을 기르고 가축을 사육하면 백성이 부유해져 오랑캐에 팔려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산이 높고 무너지지 않으면 복을 구하기 위해서 양을 바치는 제사를 드린다. 연못이 깊고 물이마르지 않으면 그곳에 신이 있다고 여겨서 옥을 빠트리는 제사를 드리는 것도 장마를 그치게 하거나, 한발을 막으려는 신의 영검을 바라서일게다.
하늘은 그 법칙이 변하지 않고, 땅은 그 법칙을 바꾸지 않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바람은 일정한 방향이 없어 무심한 까닭에 사람이 원망과 노여움을 갖지 않는다.
지금 한창 선거철이다.

천하의 왕이 되려고 하지만 하늘의 법도를 져버리면, 천하를 얻어 왕 노릇을 할 수 없다. 天道, 하늘이 낸 도리를 터득하고 실천하면 만사가 형통하다. 천도를 잃고 따르지 않으면, 군주로 옥좌에 앉았어도 편치 못함은 四時 계절이 牧民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알만 하다.


-임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