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양이가 수례를 끌 수 있을까
작성일: 2014-05-07
‘만언소(萬言疏)’란 토정(土亭) 이지함(李之?)이 57세 때 포천현감으로 재직 중 곤궁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한 장문의 빈민구제책을 임금님께 올린 상소문이다.
해동청에 새벽을 알리는 일을 맡긴다면 늙은 닭만도 못하고,
한혈구에게 쥐 잡는 일이나 시킨다면 늙은 고양이만도 못하다.
海東靑 使之司晨 則曾老鷄之不若矣 해동청 사지사신 즉증로계지불약의요.
汗血駒 使之捕鼠 則曾老 猫之不若矣 한혈구사지포서즉증로묘지불약의라.
「토정유고土亭遺稿?」
해동청은 고려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하여 중국에서 붙인 우리나라 ‘매’ 이름이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매’중에 가장 뛰어나고 털빛이 흰 것을 ‘송골’ 이라하고 털빛이 푸른 것을 ‘해동청’이라 하였고, 한혈구는 천리마의 일종이다.
『한서漢書』「무제기」에 “한무제 때 장군 이광리가 대원(大?)을 정벌하고 한혈마를 노획해 돌아와서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를 지었다.” 하였고. ‘땀이 어깻죽지에 피처럼 나므로 한혈이라 한다.’ 고 설명을 덧붙였다.
천하가 알아주는 좋은 말에게 고양이가 하는 일을 시킨다면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이에 이지함 되물었다.
하물며 닭이 사냥을 어찌 할 수 있겠으며,
고양이가 수레를 어찌 끌 수 있겠는가.
매, 닭, 말, 고양이는 모두 나름대로 별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짐승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맡긴다면 도리어 천하의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되풀이하면 국정을 보살핌에 “말이 끌어야 할 마차를 고양이가 끌었다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 세월호 침몰참사, 서울지하철 추돌사고 등 난리법구통 을 치르게 된다
지금한창 선거철이라 정당 공천 문제로 후보자간 혈안 박 터지는 정쟁을 일삼고 있다.
우리지역에선 여당공천이 바로 당선이란 산술등식이 성립되는 여당 텃밭이라, 진작 공천여론조사기간이 본선과 진배없이 치열해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르는 기세다.
지금 각 정당이 할 일은 바른 사람을 선정 적재적소하게 쓰는 일이 결국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風流居士 土亭의 말처럼 “고양이가 수레를 끄는 우를 범해선 아니 된다.” 토정 이지함은 일개 작은 고을의 현감에 불과 하지만 임금께 목을 내놓곤 직언간언(直言諫言)을 한 상소문이 전해지고 있다.
옛, 말에 이르기를 현명한 사람을 헐뜯는 것을 자(?)라 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추켜세우는 것을 위(?)라 한다. 헐뜯고 추켜세우는 사람이 등용되면, 군주의 보고 들음이 가리어지고, 헐뜯고 추켜세우는 말만 나돌게 된다. 그런 자에게 큰일을 맡기면, 되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앙이 닥치게 된다. 그래서 “헐뜯고 허튼소리 잘하는 사람에게 대임을 맡기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