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철보신
작성일: 2014-06-04
원래 明哲保身은 글자그대로 “사리를 밝혀 익히 알고 시비를 잘 분별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보호 한다는 뜻이다” 후대에 이르러 흔히 보신으로 줄여서 부귀와 재주를 드러내질 않고 평범하게 살아감으로써 위험을 멀리한다는 소극적인 뜻으로 이해되었거나 더 나아가 이익과 명예만을 쫓아 구차하게 몸을 보신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변질 됐다.
그렇지만 명철보신의 본래의미는 이치를 밝혀 혼탁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르게 처신하여 자신을 지키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곧 세상에 나가고 물러남이 이치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출처지의(出處之義)의 뜻이라.
안평대군은 진퇴의 올바른 거취를 당부한 세종의 뜻을 깊이 새겼을 것이다. 세종의 권유와 명에 따라 조정에 나와 국사에 참여한 왕자지만 때가 되면 결연히 물러나야 한다는 특별한 교훈으로 그의 마음에 와 닿았을 것이다. 또한 명철보신이란 말에서 부귀와 재능 명성을 거머쥔 젊은 안평대군이 험악한 세상에서 자기 몸을 보존키 어려울지 모른다는 세종의 짙은 우려를 느끼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세종의 예감은 적중했다. 세종은 무엇보다도 명철보신하여 게으름 없이 임금 한사람만을 섬기라는 구절을 통해 직접적으로 임금에 대한 충성을 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건 세종자신에 대한 충성이기 보다는 앞으로 왕세자 <문종>와 그때 막 첫돌을 맞은 왕손(훗날 단종)에 대하여 충성스러운 보필을 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은 또한 <서명>을 통해서는 “신명을 추구하면 천지의 뜻을 잘 계승할 수 있으리니 그러기 위해선 게으름 없이 정진하고 천성을 길러야 한다는 ‘존심양성’을 훈계했다” 이 구절에서 세종은 안평대군이 천성으로 타고난 성품과 재능을 닦아 오직 왕조의 위업에 이바지함으로 천명을 다하란 당부를 내렸다.
이후 안평대군은 “비해(匪懈)” 와 “존심양성(存心養性)” 작호를 썼다.
비해, 즉 “게으름 없이 란” 뜻의 호를 내리면서 세종은 증민지시(蒸民之詩)란 서명을 인용했는데 증민지시는 ‘백성의 시’라는 뜻이다. 기원전 8세기 주나라의 재상 중산보(仲山甫)의 덕행과 충성심을 찬양한 대사 시를 공자가 <시경>에 실었다는 비해송(匪懈頌)의 일절은 이러하다.
〔하늘은 백성을 낳고 사물의 법칙을 이치에 맞도록 하시니
백성들은 하늘의 도를 따르고 아름다운 덕을 쌓으시네
하늘은 주나라를 내시고 세상을 보살펴주시며
우리천자님을 보우하사 중산보를 낳으셨네
중산보의 성품은 훌륭하고 언행엔 법도가 있으며
훌륭한 거동에 거룩한 모습 감히 조심스럽고 공경스럽도다
옛 교훈을 본받고 훌륭한 행위에 힘쓰며
천자님을 따르시며 밝으신 영을 널리 펴네
임금님 께서 중산보에게 명하여 모든 제후의 법도가 되라 하셨으니
그대의 조상을 이어받아 임금님의 몸을 편하게 해드리라 했네〕<중략>
“비해”는 “밤낮으로 게으름 없이 임금님 한사람만을 섬기네 風夜匪解 以事一人” 란 시구(詩句)에서 취한 것이다. 이 시를 읊으면서 하사할 때 세종은 안평대군을 만고의 충신 중산보에 비유하여 그의 인품과 능력 충성심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기대를 나타내었으니 이 “비해의 송” 은 세종이 안평대군에게 내린 찬가(讚歌)인 셈이 기도하다. 훗날 정조대왕께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공적을 중산보의 공적에 비유하여 충무공의 신도비 碑文을 친히 지은바 있다.
세간엔 세월호 유병언사건과 6.4지방선거가 맞물려 민심이 천심이라 흉흉하다고나 할까, 세태에 휘둘릴까봐 좀처럼 속내를 내비치질 않고 입을 꼭 다물고들 있으니 오죽 답답해할까? 대통령과 비서실장, 검찰은 각자 제팔 제가 흔드는 격으로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 아쉽도다. 유병언 父子의 공권력을 조롱하듯 자네가 무슨 의적 ‘일지매’, ‘홍길동’인양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곤 쥐락펴락해도 되는 걸까? 유병언의 교단에선 순교를 해서라도 끝까지 보호하겠다니까! 존심양성存心養性이요, 이사일인以事一人이란 “마음을 지키고 천성을 길러 한사람만을 섬긴다.”는 세종의 <서명>을, 역설(力說)로 전설의 백이 ⦁숙제의 충절에 비유 고얀 놈 이긴 하나, 천재성이 뻔득이는 그의 두뇌 회전에 눈 뜨고도 코 베일 속수무책 형국이라, 교주 유병언에 해당하는 글귄가 싶어 아이러닉하도다.
-붓가는대로 임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