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화술
작성일: 2004-11-01
평소 사이가 별로 인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대화를 한번 살펴보자. 시아버지가 부엌을 바라보니 며느리가 생선을 굽고있었다. “거, 생선냄새 구수하구나” “네 아버님 오늘은 생선을 맛있게 구어 드릴께요” “근데 거 타지 않느냐?” “아이 관두세요 아버님고기도 뜨거우면 돌아눕겠죠 뭐!” 생선이 돌아누울 리 만무하지만 이 대화의 리더는 누구인가? 말은 시아버지가 걸었지만 말의 패권은 며느리가 쥐고있다.
세계 4대 시성의 한사람이요,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는 시를 쓰는 재주뿐만 아니라 말재주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한다. 어느 날 단테가 어느 귀족 집의 만찬에 초대를 받았는데 거기 참석한 사람들은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서 시체말로 점잔은 자리였다. 만찬이 시작되는데 메뉴는 불 갈비였다. 그런데 한 귀족이 갈비를 뜯고는 그 뼈를 전부 단테의 식탁 밑으로 던졌다. 단테의 식탁 밑에는 뼈가 쌓이게 되었고 그 귀족 식탁 밑에는 깨끗했다. 식사가 왼 만큼 끝나고 디저트가 나올 무렵 그 귀족은 여러 사람들을 향하여 큰소리로 말했다. “단테 선생은 참 식성이 좋구려”
평소보다 톤을 높여서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외쳐대니까 사람들 모두 단테의 식탁 밑을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많은 뼈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말을 한 귀족의 식탁 밑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단테는 조용히 말했다.
“네, 여러분 보시는 바와 같이 나는 돼지처럼 아주 식성이 좋습니다. 그래도 나는 고기만 먹었는데 선생께서는 고기 뼈다귀까지 다 잡수셨습니다 그려”
고기는 씹어야 맛이 나고 말은 해야 맛이 나는 법이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되어 그 귀족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단테는 완전히 좌중의 리더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단순히 한마디 내뱉는 것 같지만 언어의 표현에 따라서 엄청나게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 거창 군수 보궐선거가 막바지로 불꽃튀듯 입씨름을 하고있다. E후보는 상대를 향해 지역 정서로 봐 박대표라고해서 계란·밀가루 세레를 안 받을 보장있나라고 퍼붓고, G후보 또한 군청이 노인정이냐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K후보 역시 어느 후보는 당선되면 국회로 갈 준비만 할 것이라고 한치의 양보 없이 비방하고 있다. 현대를 對話(대화)의 시대, 話術(화술)의 시대라고 한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화술 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가 아니겠는가? 어쩜 그렇게 말솜씨가 거친지 모르겠다. 몇 일만 지나면 실 턴 조 튼 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화해해야 할 터인즉, 우리모두 재치 있는 말솜씨를 연마하여 비방을 삼가고 거창 발전을 위한 화합에 주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