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물관을 다녀와서
작성일: 2015-03-19
거창문화원 향토사연구소에서는 지난 3월 12일 서울국립중앙박물관 한글박물관 과천 미술관견학을 일정상 수박 겉 핧기식으로 해선 아쉬움이 많았다. 수 십년 전에 타이완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엘 갔었는데 안내자가 전하길 역사를 전공하는 이들은 전문적 소양을 쌓기 위해 방대한 유물의 양을 최소한 보름내지 한 달간을 매일같이 밥 싸들고 와선 온종일 차근차근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고 일러주었다.
국립박물관 해설사가 국보급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은 붓다가 태자였을 때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곤 출가하여, 중생을 구제한다는 큰 뜻을 품고 고뇌하는 모습으로 태자가 손가락으로 턱을 고인 좌상이라 했다. 또 일본에서 되돌려 받은 고려 목종 4년에 제작한 고려석탑의 전통적인 양식의 10층 석탑을 추천 해주어 설명을 들었다. 이에 연구소 부소장이 일본에 가서 목조반가사유상을 본적이 있는데, 우리가 본 유물은 금속재료이기에 목조작품과 비교해서 따듯하고 포근함의 차이라면서 금속상은 차가운 감이 든다고 전문가적인 보충설명을 해 주었다.
현대 미술관에선 어느 누가 드로잉 작품 앞을 스치면서 아마 그림을 붙였다가 떼어간 자국인모양이라고 수근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건 아니고 드로잉 작품은 연필이나 펜 등을 사용해서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표현 하는 것이고, 나아가 기계나 건물 따위의 설계, 구조 등을 제도기를 사용하여 일정한 법칙에 따라 그림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라서 얼핏 스치며 보기엔 그림을 바꾸기 위해서 가지고 간 자국같이 보일 수도 있었다.
따사로운 봄날 점잖은 선비가 말구종 아이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복건에 챙 넓은 갓을 쓰곤 턱 아래 반드시 묶고, 도포는 옷고름과 슬띠를 드리워 은근한 멋을 냈다. 오른손은 고삐 쥐고 왼손은 쥘부채를 반쯤 펴 가볍게 들었다. “선비 도포 발은 모가 나서 손을 벤 다” 하지만 말 꾸밈은 수수해서 방울하나 장식을 달지 않고, 등지 뒤 다래조차 그저 민패일 뿐이지만, 다래 오른편에 드림 한 줄이 길게 늘어져 풍류가 넘친다.
봄빛에 물든 선비와 버들잎의 마음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견학도 식후경이라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난 우리 집 앞 주점에서 향긋한 제철나물에 막걸리 한 뚝 발에 얼갈이김치 한보시기를 지인에게 대접했더니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볼 때 마다 입맛을 다시니 입에선 군침이 돌아 발길을 재촉한다.
그러하듯 신토불이 우리 것을 찾아 “우리의 문화나 한국인의 솜씨를 이해하려면 나물을 먹어 봐야 안단다” 달래, 냉이, 꽃다지, 쑥, 미나리, 씀바귀, 두릅, 더덕, 고비, 도라지, 원추리, 취나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지 수가 많다. 나물은 제각기 독특한 맛이 난다. 나물은 양념이 잘 섞이도록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맨손으로 잘 무쳐야 제 맛이 나기 마련이란다. 나물을 무쳐내는 여인들의 손끝이 매우 예술적이고 감각적이라 했다. -남천 송수남의 시가 있는 그림에서-
-붓가는대로 임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