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학동 讚歌 Ⅳ

작성일: 2015-09-09

꽃은 강 언덕에 가득하고 술은 술통에 가득한데
유람하는 사람들이 소매 맞대고 분주히 오가네
봄이 장차 저물려 할 때 그대도 장차 떠나려 하면
봄 보내기 시름일 뿐 아니라 그대보내기도 시름일 텐데
葛川 林薰 의 詩

수승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꾸니
봄을 맞아 그 경치 더욱 아름답네
먼 숲속에선 꽃들이 피어나려 기지개를 펴는데
그늘진 골짜기엔 눈이 그대로 남아있네
명승지를 보고 싶어도 가보지 못하니
오직 상상의 회포만 쌓일 뿐이네
훗날 술통 술가지고 다시 와서
큰 붓으로 운무 낀 암벽에 글을 쓰리라

퇴계 李滉게서 영승마을 장인 전식(全軾)의 회갑연에 와서 조정의 부름을 받아 갈천을 면대 못하곤 가면서 섭섭해 하며 쓴 시다.
갈천은 퇴계의 시를 받고서 지은 시인데 이황의 시에 차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쓴 것 같다. 이 시 제3구의 그대(君)은 이황을 가리킨다. 갈천은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으니 몹시 서운했을 것이다.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다렸는데 오지 못한다는 기별을 받곤 몹시 서운했을 것 같다. 당시는 정초라 퇴계와 함께 노닐다가 늦은 봄에 떠난다면 봄을 보내기도 시름 일 뿐 아니라 그대를 보내기도 시름일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 詩 제4구에 “愁送”이라는 의미가 묘하게 깃들어 있다. 봄을 보내는 것이 시름일 뿐만 아니라 그대를 떠나보내는 것 또한 시름일 텐데 라는 말은 수송의 의미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갈천 임훈은 “수송”이라는 뜻을 사랑하여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수승搜勝은 명승을 찾는다” 는 뜻이지만, “수송 愁送‘은 사신을 떠나보내는 애환이 깃든 역사적 용어일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 서린 함축된 정서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임훈은 “수심에 차서임을 떠나보내던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자신의 감정에 주입시켜 수심에 찬 마음으로 벗을 떠나보내게 되었을 텐데” 라는 뜻으로 노래하였다. 이런 깊은 뜻이 담긴 옛 이름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속내를 은근히 드러내 보인다.
또한 이 詩는 이황이 직접 와서 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점잖게 그 의미를 깨우쳐 주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수송愁送' 즉 근심을 보낸다는 말은 저무는 봄을 보낼 때의 정서일 수도 있고, 임을 떠나보낼 때의 정서일 수도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옛 이름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점을 넌 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붓가는 대로 임부륙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