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형구 彫刻展을 보고
작성일: 2015-09-16
영겁의 공룡발자국 하나로 살길이 트였다할까 福받아 풍성해 돋뵈는 고성군에서 지난 7-8일 양일간 경남문화원 연합회 향토사연구위원 워크숍이 열렸었다.
본론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거기서 내가 가진 지식 중에서 제일 무식함을 들자면 조형미술 분야인 조각(彫刻)이 아닐까 한다. 전시회 등을 많이 찾고 접해 볼 기회가 없었다고나 할까! 전남목포 유달산 조각공원을 한번 들렀던 적이 전부이다. 유명작가의 고가(高價)품인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山을 도배하듯 장식한 큰 규모가 예향(藝鄕) 목포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해 참신한 착상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 필름에 빛이 든 건가 맘에 드는 조각상을 27번 찍었는데 헛방질 한 허무한 그 일이 허둥대는 내겐 큰 교훈이었다.
일정이 빡빡해 연수원 내부를 둘러 볼 여유조차도 없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로비에 전시한 수석을 잠시 보다가 구석진 방에 전시된 天然石 조각 작품이 눈에 번쩍 들어 왔다. 더없이 짧은 순간이라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잠시나마 즐거움을 만끽해 행복했다.
김형구 작가는 내 고장 거창과 인접한 함양사람이라 더더욱 정겨웠을지도 모른다. 그는 ❝작가노트❞ 에서
“조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돌 속에 갇힌 형상을 꺼내는 작업이다.” 라고 말한다.
미켈란젤로는 40년간 손대지 못한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에서 다비드를 보았다고 한다. 3년간의 긴 침묵과 응시 속에서 돌 속에 있는 형상을 드러내는 것은 무한한 희열이다. 많이도 스쳐지나간 시간들,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내 숙명일지도 모른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내가 나 된다는 것 같다.
‘오늘 밤 온 몸으로 느끼는 이 감흥을 작품 앞에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어찌 미켈란젤로를 나와 비유하겠는가? 이제는 작업을 좀 알 것 같다. 서론에 불과했던 나의 작업이 이 초대전을 통하여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의식보다 무의식이 선행된다고 한다. 십여 년 전의 작품 『모자』를 통하여 내가 진정 가고 싶은 길을 이미 보았는데, 많이도 돌아온 것 같다.
새벽에 지리산이 보이는 다락에 올라 늦은 잠을 청해 본다는 작가의 辨이기도하다.
老子말씀에 “自然은 스스로 그러하다” 라 했다. 無爲自然을 추구한 작가는 ‘天然 石에서 공룡 알을 심봤다’ 라고 評할까, 건져냈다고 해야 할까. 그 말인즉 거기서 거길 진대 地球自然의 섭리가 작가를 선택해준 것은 아닐까? 경이롭게 아름다운 몸소름 끼치는 自然美에 경악을 금치 못할 작품을 건진 작가는 분명 범인과는 다른 혜안을 가진 비범한 사람일 게다. -거창시사뉴스 인터뷰 「林扶陸의 만나고 싶다 그 사람」초대에 응해 주길 바란다.
붓가는 대로 임부륙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