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본 분
작성일: 2004-12-13
본분이라 하면 자기에게 알맞은 분수나 사람이 마땅히 하여야 할 본래의 의무를 지키거나 응당해야 할 책무가 본분인가 싶다. 일 예로 스님들 중에는 잡술에 능하여 풍수지리, 점을 친다던가가 액막이부적을 팔기도 하는 짓거리, 이는 모두 말법시(末法時)의 폐단이 갈때까지 갔다고 보는 것이다.
선비의 학문은 육경과 논어 맹자 등으로 근본을 삼으며 노장과 불경까지도 금기시하여 물리치고, 오로지 유업(遺業)에만 정진하는 것이 선비의 도리인즉, 스님들도 의당 그렇게 따라야 할 것 같은데 불경은 멀리하고 유서를 읽고, 심지어 노장을 배우며 추종하여 주석을 다는 등 외학(外學)에 힘쓰니 법문이 쇠퇴하는 징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가 묻기를 “잡술은 진정 스님 네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의술은 생명을 보전케 하는 공이 있으니,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잡술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라면 만행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원이 아니면 비록 생명을 보전케 한다는 명분은 있으되 도리어 생명을 손상케 되니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하듯 일에는 어떤 경우라도 꼭 해야하는, 꼭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물욕에 집착한 나머지 사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여 낭패보는 일이 부지기수다. 본분과는 정반대로 믿어주세요, 라며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전임 대통령,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배 째라 한 전전 대통령, 남의 돈을 차 떼기로 털어 마피아 갱단을 뺨친 국회의원들, 천당 가는 급행료를 챙긴 목사, 지체 부자유 불구자를 담보 잡힌 소쩍새 둥지 스님, 10번씩이나 국회의원을 하려든 철면피한 전의원, 인사권을 팔아먹은 교육감등을 보며 權不十年(권불십년·10년가는 권력은 없다)이란 독설이 생각나고, 거창군의 전모 군수가 소방도로를 만들어 주차장으로 쓰자더니 그 말대로 되었고, 흑세무민 무소불위 안중무인으로 본분을 잊은 듯한 모 계장을 보며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열흘 붉은꽃은 없다.)을 되 뇌이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조금만 총명하면 염불을 경시하여 “이것은 어리석은 아녀자들이나 할 것이다”한다. 그것은 이름이 讀佛(독불)일뿐, 염불은 아님을 알지 못해서이다. 念(염)이란 마음속으로 하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고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염이다. 지금생각에 五慾(오욕: 재물·명예·식욕·수면·색욕)을 생각하고 기억할 것은 잘못이라 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부처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을 그르다 할진대! 이렇게 일생을 헛되게 산다면 차라리 어리석은 아낙네가 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지혜로운 이라야 가능한 일이요, 어리석은 자는 능히 할 수 없을 것 같아 슬프고 애닯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