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작성일: 2004-12-20
장원청은 중국 흑룡강성 외진 시골에서 1980년에 태어나서 셋째 형과 같이 난치병을 앓고있는 중환자로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 농부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세 살 때부터 ‘진행성 근 이양증’이라는 선천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세포막기능이상과 근 섬유파열, 괴사되는 불치병에 걸려 22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 때문에 정규교육이라곤 평생동안 초등학교 입학 하는날 단 하루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따뜻한 희망을 전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독학으로 글을 깨쳤다. 점점 팔다리며, 손가락 마저 뻣뻣하게 굳어지는 죽음과의 사투를 수 차례나 겪는 와중에도 6년여의 처절한 노력 끝에 마침내 17만 자에 달하는 육필원고를 써냈다. 1자 쓰는데 6분, 하루에77자를 쓴 것이다.
비록, 미리 집행 날자가 정해진 사형수 같은 몸일지라도, 단 한번뿐인 삶을 결코 헛되이 살 수 없다는 장원청의 강렬하고 치열한 삶의 의지 앞에 13억 중국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2004년 4월 10일, 〈2003년 올해의 아름다운 중국 청년상〉시상식에서 휠체어에 않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그러나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을 돕고싶다는 아름다운 청년 장원청은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결코 펜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의 꿈은, 4년 뒤 2008년이란 해가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베이징 오림픽을 보고 만리장성에 올라 마오쩌뚱의 시를 소리 높여 읊을 것이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옅은데, 남쪽 끝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네.
만리장성에 올라보지 않은 자, 대장부라 할 수 없네.“
어머니는 셋째 형에게 옷을 다 입힌뒤, 나의 옷도 입혀줘야 한다. 그리고 손과 얼굴을 씻기고 밥을 먹여준다. 어머니는 고된 노동을 하시고도 밤에 휴식을 취하기가 힘든다. 밤에 형과 나의 몸을 열 번넘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형은 몸에 살이 너무없어 자주 돌려누이지 않으면 배기고 아파서 몸을 돌려달라고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도 막 단잠에 든 어머니를 차마 깨우지 못한다.
그래도 형은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남이 듣기 거북한 소리로 어머니를 불러댄다. 그래서…아, 더 말을 잇기가 어렵다. 만약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스스로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밤을 꼬박 새는 한이 있더라도 어머니 대신 형의 몸을 돌려줄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려 편안한 잠을 주무시게.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 대신 남의집일을 할 것이다. 어머니가 다른집에서 품앗이를 하거나 그작은 몸으로 끝도 보이지 않는 밭에서 일하지 않게 하겠다. 어머니의 손에서 호미를 넘겨 받고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게 해 드리겠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때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어머니를 건장한 내 뒤에 세우고 그 악인에게 호통을 칠 것이다. 그래도 그 악인이 막무가내로 모욕적인 말을 하면 두 주먹을 날릴 것이다.
내가 3일만 걸을수 있다면 전력을 다해 일하고 돈을 벌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장 드시고 싶어 하면서도 차마 못 사시는 바나나를 사드리고 행복하게 모실 것이다.
내가 3일만 걸을 수있다면 그동안 부모님과 다른가족에게 진 모든 빛을 돌려드리고 싶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또한 한해를 보내는 삶에 지친 중생들의 언 가슴에 장원청의 훈훈한 글 일절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