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탐욕의 끝

작성일: 2015-12-24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라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널리 世人들 입에 인구회자 한바 있는 고려 말 나옹선사의 詩로써 중생들이 세상을 어떻게 실아가야 하는지를 넌지시 말해주는 듯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탐욕의 늪에서 발을 빼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속인들의 삶을 향해 뜬금없이 던진 선사의 화두이지 싶다.
당나라 선종의 한산스님은 빈자貧子로 미치광이라 치부置簿했다. 무욕의 세계를 유영하면서 철저하게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스님의 『한산시집』엔 주옥같은 詩 300여수를 남겼다. 스님은 “산에 열린 열매는 산 짐승에게 주고 연못의 물고기는 백로에게 주라고 노래 했으니!
“산에 있는 과일은 원숭이나 따 먹고 山果猿猴摘
연못에 있는 물고기는 백로 너나 먹으렴 池魚白露衡”

老子는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 라 했다. 이 말인즉 자연의 것은 자연에게 돌려주고 탐욕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는 말이지 싶다. 인간의 탐심貪心은 끝이 없어 산짐승의 겨울 양식마저 빼 앗 아 먹은 탓에 지금 도회지 각처에서 하루에 한두 마리 꼴로 산돼지가 먹이를 찾아서 나타나곤 한다. 우리 집 앞 치내 숲에도 황새가 보이지 않은지 오래다. 주변 산에서 산짐승들 몫인 먹이를 사시장철四季 채취해 오던 이가 뱀에 물린 후유증에 그 일을 포기한 이도 있단다.
비유컨대 오욕汚辱의 삶이란 이런 거다. 나라와 겨레를 배반한 李完用의 아들인 장암 이승구의 아내가 당대의 절세미인 임걸귀 이다. 시아버지 이완용과 불륜관계인 사실을 알아챈 장암은 자진(自盡 스스로 목숨을 끊다)하여 이완용이 가계家系에서삭적削籍(지우다)시킨 불행한 인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2006. 8. 29>며느리와 불륜관계의 사실여부를 떠나 그는 매국賣國 하나만으로도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자다. 《매천야록》에서 이완용이 온양온천에 병 조리차 행차를 했는데 연도의 경계경호가 매우 삼엄했다고 한다. 그는 청상과부가 된 며리 임씨가 수발 동행 했다는 것 이다. (경술 융희4년) 어찌 이뿐이랴! 권문세가에선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 천인공노할 탐욕의 끝은 파륜망신破倫亡身immorality, incest행위가 성행했다는 사실은 집구석이 亡兆로 스러질 땐 추잡 파다 醜雜 播多하게 망한다하듯 우리집안에서조치랑 하여 입질에 오르내렸으니 삿갓만 쓰지 않았을 뿐 감히 푸른 하늘을 우러러 탐욕의 끝을 차마 볼 수 없기는 김 삿갓어른의 심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이라.


“붓 가는대로” 림부륙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