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無 爲

작성일: 2004-12-30

노자와 공자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춘추시대의 혼란한 사회 현상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노자는 혼탁한 사회의 병리가 근본적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자에게 있다고 보았다. 통치자들은 백성들에게 위선으로 군림 하면서, 힘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백성들의 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강제 동원해서 전쟁터로 보내고, 무사(巫師)를 이용하여 백성들을 현혹시켰다. 그래서 노자는 통치자와 정치·사회제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정치 이념을 제시한 것이다.
훌륭한 통치자인 성인은 無爲(무위)의 방법으로 자연이란 가치를 실현하여야 나라에 질서가 생기고 백성이 평온하게 살 수 있다는 정치철학을 강조한다.
물은 인위적으로 하는 일은 없어도 만물에 생기를 주듯, 통치자는 백성이 스스로 변하고 올바른 길로 나가도록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노자 사상을 요약하면 “무위로써 스스로 변화하고 청정으로써 스스로 질서를 찾는다.” 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공자는 전통적인 도덕질서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원래의 도덕질서를 회복하여 사회의 병리를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회조직, 교육제도, 엄격한 관습 등 실천적 지식을 강조하였다.
노자와 공자의 사상은 같은시대 거의 동시에 출현했으며, 동양철학에서 두 개의 큰 기둥이 되고 잇다. 노자가 이상주의, 자연주의, 여성주의자라고 한다면, 공자는 현실주의, 인간주의, 남성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노자는 우주의 근본을 탐구하고 무위를 강조하였으며 공자는 溫故知新(온고지신)과 조상숭배와 禮(예)를 강조하였다. 주검 숭배와 여성차별, 혈연적 폐쇠와 같은 유교문화의 심각한 병폐가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종가의 자부라는 이유로 평생을 제사에 매달려야하는 고통의 시름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까. 추석에는 처가에서, 설에는 시댁에서 추모 제를 지내는 새로운 풍습이 만들어 질 수는 없을까.
야산을 파헤치는 자연파괴의 매장문화를 그만둘 수는 없을까. 화장하여 나무뿌리에 묻어주고 추모 비나 세우는 매장문화가 바람직해 보인다.
상다리가 휘도록 제수음식을 차리는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옛날의 茶(다) 레로 돌아갔으면 하고, 집안의 종교에 따라 교회나 절, 집에서 추모 행사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항간에 떠들던 납골당이 승인 났고, 화장 장 또한 시시비비를 가려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무언가 변환을 모색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 노자와 공자의 사상 세계를 비유한 이야기가 있다. 형나라에 활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활을 찾으려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나라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형나라 사람이 주을 것인데 무엇 하러 찾겠는가 ?” 공자가 이를 듣고 말했다. “형나라 라는 말만 빼면 좋겠도다.” 노자가 공자의 말을 듣고 말했다. “사람이라는 말을 빼면 더욱 좋겠도다” 형나라 사람의 범위는 ‘내나라’에 그치나 공자의 사상범위는 ‘자연’ 즉 우주에 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