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라진 ‘갈보 마담 레지’

작성일: 2016-03-14

반평생을 애주愛酒하던 술을 세상 추이에 따라 독한 마음먹곤 끊기로 작정을 실행했으나 몸에 밴 알코올중독성을 버리기란 만만치 않았었다. 괜히 불안하고 일손이 잡히질 않아 진종일 안절부절 하게 된다. 술은 참으로 좋은 음식인데 과음에 의한 부작용에 차운전도 그렇고, 기억력쇠퇴로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며 악세사리 등을 흘린다든지 성가신 일들이 잦아선 자제한지가 서너 달 되었다.
그런 즉 입안이 떫고, 식욕도 부진해 영양실조인가, 혀가 트고, 손톱도 갈라지고, 잇몸이 헐어 치아가 흔들리는가 하면, 매사 의욕상이 없는 등 여러 가지 증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선 엄청 고역을 치렀다.
근래 TV에서 하루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면 ‘위암’ 예방이 된다는 검증된 보도를 했다. 허나 그것은 일찍이 선조들은 우리원형문화인 몸에 밴 유전자랄까 식습관食習慣인 밥상머리 반주로 산나물 찬에 막걸리 한 사발을 예사로 들이킨 것이 궁핍했던 예전 어른들 보약 마신 셈이었다. 그땐 ‘위암’ 이란 병명조차도 모르던 터라 그 때가 실로 낙원 이었단 생각이 든다.
원래 오향五香과 같은 짙은 향기가 좋은 난 커피도 향기가 좋고 맛이 옅은 원두커피나 아니면 쓴 약과 같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니까 인스턴트커피는 달아서 안 먹는다. 일상 너 댓 잔을 마시니 다방에다 주문을 하면 쏜살같이 오고 시쳇말로 인기 짱인가? 우리나라에 커피의 전래는 러시아공사가 고종황제께 드린 것이 시초란다. 그 후 6. 25동란 때 미군들 전투식량박스에 든 가루커피가 시중에 나돌거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커피를 찻집茶房에서 달여 팔던 것이 시작이었다. 밥 먹곤 입가심으로 숭늉밖에 모르던 식 습관이 천양지차로 바뀌어선 농부들이 들에서 중국음식 자장면과 다방커피가 새참메뉴가 된지 오래이다. 새참도 먹고 예쁜 다방아가씨도 보고 하니까, 장가못간 노총각들에겐 퍽 기분이 좋은 일거양득 이지 싶다.
내 어릴 적 거창의 중심가엔 없어진 오복당서점 윗 층 ‘가고파 당방’ 마담들이 춘향이 같은 한복차림새 맵시가 아름다워 보였다. 돈푼께나 있는 어른들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낚시질에 안간힘을 쓰던, 어수룩하던 그 시절이 만화경 같이 회상된다.
그땐 예쁜 여자를 보면 모조리“마담‘ ’레지‘ ’갈보‘라고 호칭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그 호칭의 유래를 살펴보면 마담은 ’어머니‘(mother, mom. mommy, mum)가 어원이고, ’레지‘는 숙녀 (lady, woman)이고, 양갈보(娼女)는 1905년 미국의 무성영화 <마타하리>여 주연인기스타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에서 따온 콩글리시 이다.
요즘은 모든 일이 돈 놓고 돈 먹기라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예전엔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음과 양생식기를 바꾸는 것 빼곤 다 된다했지만, 현대의학은 그것도 된다하니까, 금전金錢이 ’옥황상제玉皇上帝‘를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 했으니, 末世는 말세 인가 싶기도 하다.
-붓 가는대로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