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대박을 터트린 김정중 공무원

작성일: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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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벚꽃엔딩, 감성리더 김 작가 사진으로 소통하다.

네이버 메인의 광고 단가는 시간당 3,000만원 정도다. 지난 4월 9일자 네이버 메인에 거창군이 제공한 사진 한 장이 4시간 동안 걸리면서 대박을 터트려 화제다.

거창군의 김정중(43세) 주무관이 찍은 ‘덕천서원을 감싸 안은 벚꽃’ 사진이 화제의 작품이다. 풍경사진은 구경만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댓글 수는 대개 10개가 넘지 않는다. 이 사진은 뉴스를 타고 포털 네이버에 오르면서 댓글 200개, 좋아요 697개를 기록했다.

거창군의 공식 페이스북 조회수도 많아야 2,000회를 넘지 못하지만 이 사진은 무려 19배에 달하는 38,000회를 넘기고 회원수도 109명을 늘렸다. 벚꽃에 흔들린 춘심이 ‘퍼나르기’에 동참한 결과로 보인다.

이 날은 미세먼지도 한 몫 했다. 기상청의 미세먼지 예보 기준은 ‘좋음’에서 ‘매우 나쁨’까지 5단계다. 주말인 4월 9일에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으로 김 주무관이 보낸 사진 한 장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네이버의 메인에 나란히 올랐다. 거창은 공기 중 산소농도 정상치의 기준인 21%를 꾸준히 유지하는 곳이다.

화제의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거창군청 공보담당에 근무하는 김정중 주무관으로 수줍음 많은 말단 공무원이다. 네이버 메인은 오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메인에 오른다 해도 2시간을 유지하기 어렵다. 김 주무관의 사진은 4시간 동안 메인을 장식해 상춘객들을 유혹했다.

사진이라는 수단으로 거창을 홍보하는 김 주무관은 평소에도 기자단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언론사의 사진부의 인용횟수가 증가하면서 요구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딱딱한 공무원 조직에서 비교적 낯선 ‘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 주무관은 조직 내 감성코드를 사진으로 이끌어내는 감성리더이다.

21세기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이 문자와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이미지 인문학’에서 “과거에는 소통의 수단이 언어였으니 문맹을 판단하는 기준이 문자였다면, 지금은 이미지와 영상을 모르면 이미지 문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맹자로 취급받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문자의 시대에도 글자를 안다고 해서 지식인은 아니다. 행간과 상징을 읽을 줄 알아야 식자 대접을 받았듯 이미지의 시대에도 의도나 배경을 읽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종이신문이 정보와 여론을 이끌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종이신문도 진화하고 있다. 뉴스도 문자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의 ‘카드뉴스’가 제작되면서 뉴스의 전달방식도 변하고 있다.

김정중 주무관의 사진은 자신의 이름을 달지 않는다. 거창군과 신문사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사진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뉴스를 지원하는 것이 임무이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사진으로 소통하고 사진 뒤에 숨은 채 사진으로만 말할 뿐이다.

사진이란 장르는 현재의 특정한 장면을 미래에 가져다 두는 중요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김 주무관은 과거와 현재의 소통, 현재와 미래의 소통을 위해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가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에 따라 거창의 기록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