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독자마당>● 성매매특별법에 대하여…
작성일: 2005-01-17
성매매 특별법에 대해 별다른 인상은 없었다. 신문기사로 읽고 “아, 우리나라도 이런 걸 시행하는 구나, 잘하고 있네"하고 말았다.
법안의 세세한 조항은 모르겠지만, 신문 검색을 해보니, 내용은 대강 이런 것이었다.
1 성매매 업주를 엄벌에 처한다
2 피해여성의 인권 보호
3 성매매 여성들의 자립 지원: 38 억원을 성매매 여성의 자활 기금으로 지원한다. 지원은 전국 38 곳에 있는 지원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입소 여성들에게는 의료, 법률 지원, 심리치료, 직업훈련, 창업, 취업 지원등이 제공된다.
간단히 말해서, 이 법의 요지는 포주를 엄벌하고, 성매매 공급자를 보호하며, 수요자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법인 것 같은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신문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포주들과 성매매 공급자들의 반대이다. 그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법의 완화를 요구한다. 그들은 입법한 사람들이 그들의 실생활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 탁상공론을 통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논객들, 반대하는 이유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읽은 인상적인 논리들을 요약해 보면,
첫번째, 이 법은 성매매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법은 도덕이 아니다.
두번째, 포주와 성매매 수요자를 불법화함으로써, 성매매를 음성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을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또 그녀들은 기본적인 건강검진 조차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세번째, 성매매 여성들의 자립 지원금은 생생내기용이다. 결국 이 법은 성매매여성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없다.
네번째, 성매매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감안할 때, 그것을 일시에 불법화시키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성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켜 점진적으로 성매매 산업을 축소시켜 나가자.
그럴듯한 논리들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주장들의 배후에는 “성매매 수요자의 불법화에 대한 반대”가 가로놓여 있는 것 같다.
첫번째 주장은,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법적 금지 대상은 아니며, 설혹 금지시킨다 하더라도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두번째 주장은 성매매의 음성적 확대를 우려하면서, 법안을 반대한다. 내가 보기엔, 포주의 불법화 때문이 아니라, 성매매 수요자의 불법화 때문에, 성매매가 음성화될 것이다.
세번째 주장, 물론 38억은 생색내기다. 그렇게 적은 돈으로 몇백만이나 된다는성매매 여성들을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원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법을 반대하는 것을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여성부의 영향력과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니까.
네번째 주장, 아직은 사람들이 성에 대해 폐쇄적으로 생각하니, 개방적인 성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성매매 산업을 줄여나가자는 건데, 성매매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울 나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폐쇄적 의식을 언급한다는 의미에서 흥미롭다.
그렇지만, 어느 세월에 성문화를 변화시킬 것이며 (물론 노력하지 말잔 얘기는 아니다), 법은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의식의 변화와 법의 입안이 항상 같은 속도로 가야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분명하게 성매매 수요자의 처벌에 대해 반대하는, 첫번째 주장과 두번째 주장을 평가하기 위해서, 나는 우리의 폐쇄적인 성문화에 대해 다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매매는, 물론 그것이 포주가 개입되지 않은 것이라면, 개인들 간의 정당한 거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고 팔수 없는 것이 있던가? 첫번째 주장 대로, 그것은 도덕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법적 금지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개인들의 완벽하게 사적인 거래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성매매를 강요하고, 조작하고, 이득을 보는 배후 집단이 대부분 있고, 특별법은 이 집단을 소멸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포주들을 제외하고는.
문제는 성매매 수요자에 대한 처벌이다. 이건 얼핏보기에 좀 가혹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여자들을 창녀와 처녀로 구분하는 우리는? 자유롭고 대등한 성관계가 항상 여자들에게만 질곡으로 작용하는 우리 사회는? 여자의 과거는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 사회는?
나는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이데올로기 교육이 평생 그들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는지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 어릴 적, 무수히 받았던 반공교육과 순결교육은, 내가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난 이후에도, 나의 사유방식과 나의 행동 양식, 나의 언어습관에 끈질기고 끈질기게 남아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우리는 성에 관한한 이중적 잣대를 가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순결한 여자에 대한 환타지가 이제는 없다고 강변한다더라도, 우리가 받았던 순결교육의 후유증마져 다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완전히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지만, 법안 입안자들이, 내게도 가혹해 보이는, 성매매 수요자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성매매 수요자들은 폐쇄적인 성문화 속에서 구속 당하는 여성들에게, 정당한 관계의 한 당사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를 범죄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특별법은 완전해 보이지는 않는다. 법의 강도가 높은 것에 비해, 법 실행의 강도는 점차로 약해질 수 있다. 분명, 많은 부작용을 따를 것이다.
성매매의 음성화가 가장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들의 말대로 법은 현실을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법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제정됐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특별법이, 한번 스캔들을 일으키고,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법이 아니라, 현실의 사태에 따라 보완되고, 수정되는 법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