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가는대로>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 소송

작성일: 2005-01-17

일제시대 토지소유권에서 비롯되어 현재 국유지를 상대로 하는 국가소송은 한해 평균15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소송을 크게 보면 창씨개명 한 한국인 명의의 토지를, 일본인 토지를, 일제시대 매각된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친일파 후손의 재산반환소송 사례를 종합해보면, 대부분 진정명의의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원고승소판결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완용 후손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루어진 1997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서울 고법92나23638”)이다.
이후 관련소송에서도 판례로 인용되는 이 판결에서 서울고법은 “반민족 행위자나 그 후손이라고 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재산권을 박탈하거나 그 재산에 대한 법의 보호를 거부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1951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폐지된 이후 이에 대한 법률이 제정된 적이 없어 친일파 후손이 재산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막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정법보다 헌법정신을 우선해서 과거청산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룬 판결도 있다.
이재극 후손이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임시정부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헌법 전문”과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인용하여,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헌법기관으로서 법치국가의 원리 속에서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의 의무를 지는 법원에 대하여, 반민족행위를 통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취득한 재산에 관한 법의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부적법하다”는 각하 판결을 내려 언론의 주목을 받은바 있다.
그런데 동일한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다시 ‘일제시대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들을 역사적으로 단죄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국가가 현실적으로 그들이나 그 후손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그 재산의 보호를 거부하기 위하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하며 그러한 법적인 장치 없이 막연히 국민감정을 내세워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법치국가의 이념을 훼손하고 그 근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1997년 서울고법의 판결문을 인용하여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원심환송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현재 재판부의 기본입장이 법률의 명문 규정 없이는 친일파후손의 재산반환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현재 재판부의 판결 경향을 종합해 보면, 친일파 후손이 제기하는 재산반환소송에서는 1997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인용하여 원고승소판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진정명의의 부동산일 경우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따라 원시취득이 입증되는 경우 (국가측의)시효완성에 의한 국가 취득이라는 주장이 모두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히 매국형 친일파의 경우 매국행위대가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 국가몰수조치를 할 수 있는 ‘친일 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특별법’제정이 시급한데 한나라 당 의원들이 제동을 걸어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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