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사모곡(思母曲)
작성일: 2017-01-05
엄마, 어머니, 오늘이 년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섣달 그믐밤이랍니다. 불초소생은 오늘밤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시름시름 게을리 나내요
쌀가루에 보릿겨를 썩어 찐 개떡 한 개씩을 형과 내게 주시면서 가난한 부모 만나 고생을 한다면서 우는 모습이 회억되네요.
제가 오늘 낮 동리 절 옆을 지나면서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 울었답니다.
내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이던가요 엄마께서
“학교수업 마치곤 절 앞엘 오면 팥죽 한 사발을 얻어준다기에” 나는 골목 친구들과 절 앞엘 찾아갔더니 신중이 일주문 앞에 장승처럼 서있어 놀란 내가 절문 뒤에서 서성그릴 즈음 어머님은 나를 퍼뜩 알아채곤 팥죽 한 사발을 치마 속에 감추고선 나오는데 그만 한 여승이 “여봐요 보살님, 안 돼요”하곤 죽 바가지를 빼앗아가는 순간 어머님이 우는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내 마음 같았으면 그만 죽사발을 신중 대갈통에 씌워 불두착분(佛頭着糞)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는 집엘 왔었답니다. 구 후부터 난 길거리서 신중만 보면 佛心이 빠진 인간의 탈을 쓴 허수아비라고 외면을 한답니다.
모든 종교가 사랑과 자비심을 고통분모로 하여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결여되었다면 종교인이 아닌 굴러다니는 고깃덩어리들 행시주육(行尸走肉) 아니겠어요?
귀가 커서 인간고뇌 다 들어 주신다는 부처님도, 시공을 초월하여 하시하처 사랑을 전달한다는 예수님도 이제와서 보니 다 논밭에 세워둔 허수아비들이였구나!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과 자비심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사회는 따뜻하고 세상은 살만하다고
다들 살기를 원하지 죽기를 싫어하는 호생오사(好生惡死)를 염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 신중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