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소리] 서운한 감정
작성일: 2017-01-19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족 간, 친구 간, 동료 간에 서운한 감정을 몇 번씩은 다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운하다는 말은 내가 마음속으로 상대에게 어떤 기대를 했는데 상대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내 기대를 저버리거나 무시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다. 즉, 내가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알아듣겠니? 네가 내 표정이나 상황을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니? 가 바로 서운하다 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영어나 독일어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말은 대화를 할 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많이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뿐 아니라 전후 상황을 염두에 둔 얼굴 표정이나 몸짓, 억양이나 목소리 크기, 그 사람과의 거리나 시선 등으로도 의사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말도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을 많이 써서 영어로 대화할 때보다 우리나라 말은 눈치가 빨라야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할 지라도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매번 읽어내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감정과는 달리 서운한 마음은 참 오묘해서 내가 그것을 표현하자니 너무도 구차해 보이고 그렇다고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니 계속해서 쌓이기만 하고,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힘든 감정 같다.
앞에서 서술한 데로 서운함은 남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작게라도 있을 때 생기는 것 같다. 최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박근혜대통령에 관련된 촛불집회도 아마 우리가 기대했던 마음이 허물어져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몰랐던 어떤 상처 때문에 남들보다 더 쉽게 서운함을 느끼고 사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서운함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또 예전에 누군가를,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운하게 한 일은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줄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유년 황금닭띠 의 해 계유오덕(鷄有五德)의 마음으로 가족 간에, 친구 간에, 동료 간에 너 왜 전화 안 하니? 전화 좀해라, 가 아닌 내가먼저 전화해서, 받는 마음이 아닌 주는 마음가짐으로 서운한 감정이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임종록 편집국장 gskc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