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이야기
작성일: 2017-02-02
나의 조부님의 호는 회당이시다. 경상도지역 사람들이 호칭하기를 회당어른이라 회자膾炙 되었다. 할아버진 경남지방 마지막 선비 격인 셈이라 여러 문중의 선행 비나 묘갈명墓碣銘(비문)을 많이 지어주셨다. 세칭 안의거창 안음(함양산청 안의 마리 위천 북상)지방을 안동 양반들이 말하길 좌 안동 우 안음이라 했다. 이 말인즉 영남지방 왼편은 안동 바른편은 안음 勢家들이 좌지우지한다는 말일 게다.
지방 토호인 할아버지 댁을 일명 부잣집이라 했는데 그래선지 경향각지에서 찾아온 식객들이 끊일 날이 없었다. 이때 손님대접 상은 요즘은 커피를 의례히 내듯 차반엔 맑은 청주와 다식이나 곶감, 홍시를 주로 차려내었다. 광의 큰 술독에 용수를 질러놓아 맑은술이 고이면 떠내는 것인데 시중의 법주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은 약술이라고 칠 수 있다.
차가운 기후 때문인가, 녹차 농사가 잘 안 되는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손님접대엔 차가 나오는 것은 보지를 못했다. 20여 년 전에 금원산 가섭사에 녹강 스님이 심은 차 무가 다 죽은 지라, 필자가 어린 차나무 10여 그루를 다시 심어선 지금 몇 그루가 살아 남아있다. 우리고장에서도 기후온난화로 동백꽃이 만발하는 것을 보곤 경제성을 따져봐 차 밭을 조성해도 될성싶다는 생각이다.
나이 들어 친구 따라 템플스테이 사찰선구 격인 공주 영평사엘 들른 적이 있었다. 주지스님이 손수 만든 연꽃 차를 난생처음 맛보았는데, 차 냉장고에서 연 잎 파리 여러 겹을 싼 꽃송일 벗겨내곤 큰 화로만 한 사기그릇에 얼음물을 붓곤 꽃을 녹이니까 꽃송이가 활짝 피듯이 벌어졌다. 이 연꽃 차를 찻잔이 아닌 사발로 마시자니 삼복 더위가 싹 가시는 듯 했다. 평소 연꽃을 가까이 접할 기회가 없던 나로선 연향蓮香에 탄복 향기가 그렇게 좋은 줄은 미쳐 몰랐었다. 부처님이 연꽃 좌 대에 모셔지고 사찰연못엔 왜 연꽃이 가득한가를 알만했다.
우리북상면 주민자치 위원장이 지역특산품으로 <감국마을>감국차甘菊茶를 개발 했는데, 그 향이 은은 하여 여운이 있고 당기는 맛이 좋았다. 이는 엉거시 국화 과에 속하는 산야 초를 적기에 채취해 말리고 찌고를 수차 해서 만드는데 퍽 공이 드는 까다로운 과정을 겪는다고 했다.
영국 립튼 홍차의 원조 격인 스리랑카 실론차 밭을 가보니 규모에서 차이가 날뿐 차 밭이란 대동소이 했다. 중국 우롱차, 탄자니아녹차, 보성 하동의 녹차가 나름의 독특한 맛을 내지만 유사품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할진대 하늘아래 첫 동네 이곳 덕유산 청정지역에서 나는 '감국'은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애용하려고 두 병을 구해 정수한 물로 약탕기에 끊여서 Maho魔法 병에 넣어 다녀보았다. 한데 병의 성능이 한나 절도 못 가는 어려움이 있었고 왼 종일 시간을 오래 끄니까, 향과 맛이 변하는 단점이 있었다. 어떻게 개선할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찾는 중이다. 茶 제대로 마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미쳐 몰랐었다.
–붓 가는 대로 r20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