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시사>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작성일: 200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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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

내 어릴적 설날은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설날이 다가올때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오일장에 장보러 나가신다.
어머니는 한햇동안 묵은때를 벗기려 우리들을 불러 모은다.
외양간 지붕 한켠에 마련된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데운 물로 순서대로 목욕을 할라치면
이날 만큼 어머니는 때밀이 아줌마로 변신한다.
양팔을 걷어 부친 어머니의 손놀림이 빨라 질때면
해묵은 때는 이내 벗겨지며 뽀얀 속살이 드러난다.
이러는 동안 이른 새벽 장에 가신 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되신
모습으로 콧 노래를 부르시며 돌아오신다.
장에 가서 오랜만에 친구분 들이랑 막걸리 한잔 하셨단다.
장을 본 짐꾸러미를 풀기가 바쁘게 우리들의 설빔을 꺼내신다.
설에 입을 옷가지와 지금도 잊지못할 추억속의 검은 운동화
검은 운동화를 장롱 깊숙히 넣어 두고 설날이 오기를 손 꼽아
기다리는 동안 애간장은 녹아나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방하나 가득 설날에 먹을
엿이랑 유과등을 만드시느라 쉴 틈이 없고
가래떡 자르시는 일은 늘 할머니 몫이었다.
내 어릴적 설날은 최고의 날 이었다.
새 옷, 새 신발로 단장하고, 웃 어른께
새배 드릴 때 마다 주머니의 배는 불러오고
동네 친구 들이랑 삼삼오오 모여 널뛰기, 재기차기로 하루해는
짧기만 했다.
이형진 기자
hyeongj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