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품에 돌아온 거창국제연극제 7월 28일부터
작성일: 2017-06-22
문화재단 이사회, ‘특정인 전유물 아니다’ 분명한 선언
‘GIFT’ 이름 걸고 수승대, 거창읍 일원에서 개최
(재)거창문화재단(이사장 양동인)에서는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17일간 수승대 관광지와 거창읍 일원에서 ‘2017 거창韓 거창국제연극제(GIFT)’를 개최한다고 밝히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대에 올려지는 극단은 국외초청과 국내참가팀으로 꾸려지고, 국내는 기획초청, 경연, 대학극제, 프린지 공연으로 나누어 참가팀을 구성했다. 국외는 7개국에서 10개팀이, 국내는 46개팀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야외연극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의 주무대는 수승대지만 문화센터와 문화원 상살미홀에도 대학극제를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되면서, ‘야외/야간’이라는 특징에 ‘여름/젊음’이라는 색깔을 입혀 시도되는 첫 연극제가 선보여진다.
그동안 파란만장했던 연극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왔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어떤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지? 문화재단이 선보이는 첫 연극제를 통해 이제 군민이 질문하고 군민이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선물(GIFT)로 돌아온 연극제에 주인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
▣ 거창군 의회 ‘비틀거리는 연극제를 살려내라’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던 연극제가 의회와 행정의 감시를 벗어나고 상급기관의 감사와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됐다. 연극제를 주관하던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의 신·구 집행부간에 소송까지 비화되는 난타전으로, 수년간의 내홍을 겪었고 전국에 망신살을 뻗치기도 했다. 급기야 2015년 12월 22일, 거창군 의회는 2016년 연극제는 ‘민간단체에 맡기지 말고 군에서 직접시행하라’는 조건으로 예산을 승인했다. 이것은 민간단체에 맡겨진 연극제의 추락상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고, 군에서 직접 연극제를 살려내라는 의회와 군민의 결단이었다.
▣ 문화재단 출범으로 군민품에 돌아온 연극제
2016년도 연극제를 군에서 직접시행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양동인 군수가 재선거로 취임했다. 취임후 임박한 연극제를 준비하면서 거창군 의회의 ‘직접시행’ 조건을 완성하기 위해 진흥회측과의 수차례 협상을 거쳤으나 결렬되고, 급기야 진흥회는 자체 연극제를 강행했다. 군에서도 연극제를 개최하게 되면 ‘2개의 연극제’로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거창군은 직접개최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났다. 지난해 진흥회의 연극제는 예산지원 없이 군민의 무관심속에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거창군 의회와 군민들은 연극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전했기 때문에 2017년 예산은 문화재단 설립과 연극제를 반영했고 연초에는 재단을 설립했다.
▣ 무엇이 문제였나?
연극제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감사원과 경남도의 감사가 이어지고 경비 집행부분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이 줄징계를 받았다. 지원받은 예산은 진흥회에서 사용했으나 정산과정이 늘 문제였다. 행사비는 상근자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인건비로 지급되면서 핵심관련자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연극제에 쓰여야 할 돈이 새나간 것이다. 협찬금 수입은 중개자에게 15%까지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지만, 30%까지 지급해 논란도 일었다. 티켓판매 수입과 해외여행 경비 등의 수입과 지출에도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진흥회의 자구노력도 있었다. 진흥회 대표가 보조금 횡령 등으로 예산을 지원받을수 없게 되자 전임군수를 삼고초려 끝에 대표로 모셨다. 그러나,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회장 교체까지 이어져 법적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연극제 발전보다 ‘돈’문제에 얽힌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여론이 확산되었던 것이다.
▣ 북적이는 아비뇽은 많은 예술감독들이 투입되면서 발전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도 돈 사용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고 주관단체의 내홍을 겪으면서, 축제평가 등급은 날로 떨어지고 거창군의 이미지마저 동시에 추락했다. 성공한 축제의 대명사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장 빌라르 감독이 기초를 다진 이후 다양한 예술감독이 활동하면서 ‘연극에서 종합예술 축제’로 성장한 모범사례다. 발레, 무용, 뮤지컬, 현대음악을 아우르며 공연예술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시, 미술, 영화, 비디오아트와 같은 장르까지 흡수하면서 아비뇽은 아직도 성장중이다. 이런 과정에는 예술감독의 임기보장과 독립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아비뇽은 ‘내것’ 또는 ‘내가 만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고 새살이 돋아나며 거듭났다. 거창의 연극제도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가? 롤모델이 있으면서도 ‘롤’만 보고 ‘모델’은 보지 않는다. 이제 문화재단이 선보이는 첫 연극제가 열린다. 군민이 답하고 평가해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