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나 읍장 해요

작성일: 2005-02-21

목민심서에 다산은 수령이 부임한지 두어 달 되면 아랫사람들의 이력 표를 만들어 책상 위에 놓아두어야 한다고 했다. 즉 이력 표는 아전의 명칭, 취임 년 월일, 사무담당경험 등을 기록한 표이다. 이 이력 표를 보고 사람을 쓰는데 있어 공평하고 기회균등의 정책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 몸을 닦은 뒤에야 집안을 바로 이끌어 갈 수 있고, 그런 후에야 나를 다스린다는 것은 천하에 통하는 이치이니 그 고을을 잘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집안을 잘 이끌어야 한다. 즉,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목민관 된 자가 그 고을을 잘 다스리려면 먼저 자신의 집안을 잘 이끌어 가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라 했다.
화란에서 있었던 실화로 환갑이 넘은 노신사가 고향을 찾아 촌 노들과 세상사를 논하다가 근황을 묻자 나 취직했어요. 라고 대답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되 묻자 나 국무총리 해요. 라고 얘기하더라는 일화가 있다.
금의환향 겸양지덕(謙讓之德)을 갖춘 관직이 영상자리에 있음에도 교 만 떨지 않고, 여니 때와 다름없는 언행으로 봐 그의 인품이 절로 가늠될 뿐더러 역시 선진국의 고위직 관료는 뭔가 다르구나 싶기도 하다.
세밑에 시장경기를 보려는지 우연히 거창 상설 시장 안에서 군청과장급공무원을 만났다.
통례상 하는 인사로 지금 어느 자리에 근무하느냐고 물은즉, 웃음을 머금고 머뭇거리더니 나 읍장 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 관리 풍이지 않아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관료적 속성으로 볼 때 읍장인 나를 몰라봐 식으로 불쾌한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지을 수도 있으련만, 그렇게 대답하는 그이가 소탈하고 친근감이 드는 게 참 읍장 잘 뽑았네 싶었다.
분성괄이 제 나라에 가서 벼슬을 살게되자 맹자께서 「(盆成括)이 이제 죽게되었다」말씀하시더니 과연 분성괄이 피살당하거늘 문인이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어떻게 그가 장차 피살당하게 되리라고 하는 것을 아셨습니까?」「그의 사람됨이 소인이면서도 재주만은 있는데 군자(君子)의 대도(大道)를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으니 자기 몸을 죽이기에 족할 다름이니라」한즉, 仁義에 따라 대체를 헤아려 매사를 처리해 나가는 방법을 보존 할 수 없음을 경계한 것이다.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은 천승(千乘)의 나라도 사양할 수 있으나 , 진정으로 그러한 사람이 아니면 한 대그릇의 밥과 한 나무그릇의 국에도 탐내는 기색을 얼굴에 나타낸다」이는 명예를 진심으로 존중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세속적인 부귀를 미련 없이 사양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명예란 현금(現今)의 지위고하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닌 인의(仁義)의 덕(德)을 살핀 인격의 고매함을 말하는 것이다.
읍장을 목민관으로 보고 일 잘 하라는 뜻으로 고사를 들어 生死仁義大道 의 이치를 적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