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군수 공천을 둘러싼 혼란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져 가처분인용으로 지역사회를 깊은 불신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정해야 할 공천 과정이 잡음과 의혹으로 얼룩지고, 책임당원 명부 유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군민들은 묻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내부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곧 군민의 선택권을 좌우하는 공적 과정이며,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갈등은 ‘경선’이라는 이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들—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란, 내부 정보 관리 실패, 그리고 특정 세력 중심의 의사결정 의혹—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의심케 한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명백히 공정 경쟁을 훼손한 것이며,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도 따져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책임 있는 해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인사들은 침묵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군민을 대표하겠다는 사람들이 정작 군민 앞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하지 않는 현실—이것이 오늘날 지역 정치의 민낯이다.
정치는 신뢰로 시작해 신뢰로 끝난다. 신뢰를 잃은 권력은 이미 권력이라 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관련자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그것이 군민에 대한 예의이며, 무너진 정치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다.
또한 정당 역시 이 사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정 지역의 공천 파동이 아니라, 정당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투명성 강화 없이는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군민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 설명하지 않는 권력, 그리고 군민을 무시하는 오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라.
그것이 무너진 거창 정치가 다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