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보다 사랑을 남긴 여덟 명의 호주선교사 이야기
1909년, 거창은 깊은 산골이었다.
산을 넘어야 마을이 있었고, 병원이 없었으며 학교도 많지 않았다. 가난과 질병, 문맹이 일상이던 이 땅에 머나먼 남반구 호주에서 온 선교사들이 발을 디뎠다.
그들은 거대한 성전을 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을 살리고 한 아이를 가르치며 복음을 삶으로 전하기 위해 거창을 찾았다.
양명덕 편저 『호주선교사, 거창에 오다』는 1909년부터 1941년까지 거창에서 활동한 호주장로교 선교사들의 보고서와 사진을 통해 당시 거창 선교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한 기록이다. 이 책은 스텔라 스코트, 프레더릭 매크레이, 제임스 켈리, 엘리자베스 에버리, 프레더릭 토마스, 제인 매카그, 에셀 딕슨, 엘리자베스 던 등 여덟 명의 선교사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 복음은 산을 넘어 거창으로 들어왔다
호주장로교 선교부는 진주를 중심으로 경남 서부지역을 선교권으로 삼았고, 거창은 그 가운데 가장 험준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선교사들은 말을 타거나 걸어서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길을 넘었다. 비가 오면 계곡을 건너야 했고 겨울에는 눈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거창은 변방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선교지였다.
이들은 교회만 세운 것이 아니라 마을을 방문하고 환자를 돌보며 글을 가르쳤다. 복음은 설교 이전에 삶으로 증명되었다.
■ 스텔라 스코트(서오성)
여성과 어린이에게 희망을 심다
스텔라 스코트는 거창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향한 사역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여성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던 시대에 그는 성경공부와 기초교육을 병행하며 여성들이 글을 배우고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가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곧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길이라는 믿음은 이후 거창 교회의 여성 신앙공동체 형성에도 큰 영향을 남겼다.
■ 프레더릭 매크레이(맹호은)
거창 선교의 기초를 세운 개척자
매크레이는 거창 여러 마을을 순회하며 예배처를 세우고 신앙공동체를 조직하는 데 헌신했다.
그의 보고서는 당시 거창 주민들의 생활상과 선교의 어려움,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오늘날 거창 선교사를 연구하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 제임스 켈리(길아각)
사람을 먼저 품은 목회자
제임스 켈리는 복음 전도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주민을 방문하고 어려운 가정을 위로하며 교회를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해 힘썼다.
그가 남긴 선교 보고서는 거창 교회의 자립과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엘리자베스 에버리(이리사백)
사랑으로 피어난 여성선교
엘리자베스 에버리는 여성 성경공부와 가정 방문을 통해 거창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했다.
그녀의 헌신은 단순한 선교를 넘어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2면】
■ 프레더릭 토마스(도별익)
교회와 학교를 함께 세우다
프레더릭 토마스는 신앙교육과 함께 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경을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던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문맹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이는 거창 교육문화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 제인 매카그(맥계익)
섬김은 가장 강한 선교였다
제인 매카그는 여성과 어린이 사역뿐 아니라 환자 돌봄과 위생교육에도 힘썼다.
그녀의 사역은 복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 에셀 딕슨(덕순이)
농촌 속으로 들어간 선교
에셀 딕슨은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복음은 교회 안이 아니라 농촌의 삶 속에서 전해졌고, 그의 사역은 거창 농촌교회의 성장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 엘리자베스 던(전은혜)
끝까지 거창을 사랑한 선교사
엘리자베스 던은 교육과 신앙, 돌봄을 함께 실천하며 거창 주민들과 깊은 신뢰를 쌓았다.
그녀가 남긴 선교 보고서는 당시 거창 사회의 모습과 교회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자료이다.
■ 거창에 남겨진 선교의 유산
호주선교사들이 남긴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믿음을 남겼고, 교육을 남겼으며, 봉사의 정신을 남겼다.
오늘날 거창 곳곳의 교회는 그들의 헌신 위에 세워졌고, 지역사회 곳곳에 이어지는 나눔과 봉사의 전통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호주선교사, 거창에 오다』는 잊혀졌던 선교사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인 동시에, 거창 근대사의 또 다른 축을 복원하는 역사서이다.
■ 기자의 시선
역사는 이름이 큰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거창을 찾았던 호주선교사들은 정치가도, 행정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을 사랑했고, 사람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켰다.
100여 년이 지난 오늘, 거창의 교회와 지역사회가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선교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