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골목을 따라 가다가 약간 언덕배기에 자그마한 집이 보인다. 

마당을 들어서니 아래채 한 칸과 뒤쪽에 또 한 채가 보인다. 위채는 생활공간이고 아래채에는 베틀이 놓여 있고, 뒤쪽은 옛날 돼지우리를 고쳐서 창고로 쓴다고 한다.    

길쌈 전수자 금선할머니.   마당 한 면으로 고구마를 심어 놓았다. 마당에다 고구마를? 멧돼지가 들락거리며 땅을 파헤치니 밭에 심을 수가 없다고 한다. 

산촌뿐 아니라 도심에도 출몰하는 멧돼지는 상위 포식자가 없어서 개체수가 늘어나고, 먹이가 없을 때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닌다고 한다. 고구마밭 옆쪽으로는 큰 무쇠솥이 자리 잡고 있다.   

  “나(나이)가 든께로 성한데가 없어. 관절 안 좋제, 허리도 수술을 하고, 다리도 안 좋제. 이래도 돈 덩어리여.”   “그러게요, 연세도 드셨으니…. 

 그 연세에 그만하면 건강하신 겁니다. 온갖 일 다 하시잖아요. 집이 낡았는데도 추억이 서려 있는 정겨운 집이네요.”   “아이고, 이번 장마에 집이 무너져 고치러 오라 캤디만, 인자서 왔다 갔어.”  

 “땅골아지매 재미 있으시다고 얘기 좀 들으러 왔습니다. 삼베농사랑 길쌈 이야기도 들려 주시궁.”   “어릴 때 친정 엄마 마이 했을낀데? 그 동네는 마이 했어.”   

“맞아요, 엄마가 낮에는 농사일로 허리 휘고, 밤에는 베틀에 앉아 삼베 짜고 눈에 선해요. 베틀이랑 북이랑 바디랑 솔이랑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네요. 

근데 여기 오니 베틀이랑 모두 그때 보던 것들이라 낯설지 않고 엄마 베 짜는 모습, 두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두 손은 번갈아 가며 북을 주고받고 베를 짰지요.” 

  “친정 아부지도 농촌지도소 다닐 때 이 동네 담당이었는데 참 사람이 좋았지. 내가 구판장 하고 그랄 때 자주 들렀어.”   “아부지도 보고 싶어요. 

모두가 이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었네요. 아련한 기억 속에서만 흔적을 더듬을 뿐이지요. 아지매, 그런데 베는 매일 짜시나 봐요. 베틀에 베도 감겨 있는 걸 보니?”  

 “매일은 아이고 전수자고 하니 한 번씩 견학도 오고 기관에서 오기도 하고 하니 항상 베를 짤 수 있는 준비를 해 놓는 기지. 마이는 못 짜고 농사일 좀 하다가 시간나만 쪼매씩 짜.”   

 “삼모개(삼을 째서 단으로 묶어 줄에 말려 놓은 것)가 널려 있고, 대마 농사를 짓기는 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 농사를 지어요?”  

 “가지리에 밭이 있어. 대마초 재료가 되다 보니 재배 허가를 받아서 생산을 해. 삼베일 전수자들이 단체로 들락거리며 일을 하지. 

삼을 낫으로 쪄다가 전수관에 가만 쪄 온 삼을 찌는 삼곳이 있어. 익히서 삼껍질 벗기마 지릅대기가 나오지. 

우리집 지붕에 지릅대기 다 들어 간기라 저거, 옛날에는 삼 농사 마이 지었다 아이가.”   “집이 오래되어 보이네요. 옛날에 지릅대기 진흙에 이겨서 기와 덮기 전에 얹었잖아요. 

삼 농사부터 시작해서 베가 나오기까지 얘기 좀 해 주세요”   “농사지은 삼을 낫으로 베만 잎이랑 줄기랑 있을 거 아잉가베, 그 삼 묶은 걸 삼단이라고 해. 와, 삼단 겉은 머리하잖아?”  

 “삼단이 거기서 나온 말이구낭. 숱이 많고 검은 치렁치렁한 머릿결이 삼을 묶은 단 같이 생겼다고…, 

그 다음엔 요?”   “그래 잎을 치고 난 대마를 삼꼿(찌는 솥)에다 찌서 껍질 벗기서, 그럼 그것을 가지런히 묶어 줄에 걸어서 말리, 그걸 또 물에 불리서 머리 부분을 돌로 찧어, 

그걸 또 물에 넣어 발로 밟아서 빨아. 그래 가지고 또 찢어 가늘게, 또 말리, 그라마 한 올씩 따로 놀아, 이걸 삼을 삼는다고 하지, 채반에다 한 올씩 얹어 말리, 다음 여러 가닥이 있을 거 아잉가베, 

그걸 한 가닥이 되고로 죽~~ 이어 그라마 길게 한 올로 되잖아? 인자 물레에 돌리, 큰 돌곶이 있어 거기에 감아서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그걸 솔로 매야 돼. 

실 밑에 불을 피와서 솔에 풀을 묻혀 실의 결대로 풀을 묻혀가면서 매면 마르민서 빳빳해져. 한편은 실꾸리(베를 짤 때 북에 넣음)를 만든 것과 씨실, 날실로 해서 베를 짠다네.”  

 “네에, 어릴 때 보고 만지고 했지만, 어렵네요. 과정이 복잡하고 잔손질도 많이 가고 슬로우 슬로우, 삼베가 나오기까지 임산부 산달 차서 몸 푸는 것 마냥 시간이 걸리겠네요.   

 “그럼, 농사에서 베를 만들기까지 그래 걸리지. 그러이 젊은이들이 배울라 카겠나? 요즘 겉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 그리 만들라 카마 돈이 안 되지. 그라고 삼베옷 입나 요새. 

우리 손자들도 저거 아부지 삼베옷 몬 입고로 한다케 나(나이) 들어 보인다꼬.”   “그러게요.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해요 어딘지 모르게….”  

 “그라고 초상때도 삼베 안 쓰잖아? 저승 갈 때 입고 갈라고 손수 만들어 놓으마 몰라도, 수의도 싼 걸로 하고 말지. 아이고, 삼베옷 상주가 입나 누가 입노? 

상주들도 요새는 빌리서 입데. 남자들은 양복 입고 여자들은 깜장 천으로 된 치마저고리 장례식장에서 빌리 주더라. 사는것도 아이고.”   

“맞아요. 모두 바쁘기도 하지만, 간소하고 빠르고 편리한 것에 익숙하고, 무엇보다 모두 마음들이 바쁜 것 같아요.

 화장장에도 가면 버튼 하나 누르면 형체는 온데간데 없고 가루가 되어 나오잖아요. 일회성 재료가 넘쳐나고 하니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온 것 같아요.”  

 “삼베일도 돈이 되고 쓰임이 많고 하마 젊은이들도 배우마 좋은데 누가 할라 카겠노? 전통이 맥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으이 다 사라진다.”  

 “그러게요.”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사람들도 정신적 물질적 그 변화에 발맞추어 가야 하지만,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는 쉽지가 않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듯이 전수관이 있어 맥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승계해서 생계를 이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삼베의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적으로 독립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울 것이다. 

지속적인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함과 동시에 전통문화 산업과 연계한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