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영향평가 회피 위한 면적 쪼개기 의혹 제기…
축산농가·친환경 농지·고령 주민 건강권 위협 주장
경남 거창군 마리면 대동리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 설치를 두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마리면 건설폐기물처리장 설치반대대책위원회는 8월 성명을 내고 “청정지역의 생존권과 환경을 위협하는 건설폐기물처리장 건립을 즉각 철회하라”며 거창군에 사업계획에 대한 최종 부적합 처분을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사업 예정지는 마리면 대동리 100번지 외 8필지 일대로, 건설폐기물을 파쇄·분쇄하고 야적하는 중간처리시설이 계획돼 있다. 사업 면적은 1만㎡ 이하로 신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입지의 지형적 특성과 수계다. 대책위는 예정지가 대동리 청정 골짜기의 최상류에 위치해 있고, 사업지에서 약 200m 하류에 농업용 저수지가 있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산먼지와 오염물질 등이 농업용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수지 하류에서는 벼농사와 밭농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근 함양군 안의면 박동마을과 덕산마을에서는 친환경 농법을 이용한 농업도 이뤄지고 있어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축산농가 피해 우려도 제기됐다.
대책위는 사업 예정지 주변 200~250m 거리에 각각 수백 마리 규모의 소를 사육하는 축사가 있고, 약 25m 거리에는 400마리 사육을 계획한 신축 축사까지 들어서 있다며 “대형 파쇄시설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가축의 사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책위는 사업 예정지에서 680m가량 떨어진 함양군 박동마을에 약 99명, 900m가량 떨어진 덕산마을에 약 73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마리면 대동리 동편·서편마을에도 고령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책위는 고령 주민과 노인성 질환자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행정기관이 주민 건강과 환경 영향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면적 1만㎡ 이하 신청을 둘러싼 논란도 쟁점이다.
대책위는 업체가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1만㎡ 이하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면적을 줄여 신청한다고 해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 진동, 오염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사업계획과 관련 법령상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 및 인허가 기준에 대한 행정기관의 정확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입도로의 안전 문제도 주민들이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대책위는 예정지로 이어지는 도로가 대형 차량의 원활한 교행이 어려운 구간이 있고, 일부 구간은 경사가 급해 대형 덤프트럭이 오갈 경우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시설 설치 가능 여부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폐기물 운반 차량의 통행량과 도로 폭, 경사도, 교통안전, 주민 생활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행정기관은 업체의 사업성보다 주민들의 환경권과 안전, 생존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가 진행될 경우 거창군과 함양군 주민들과 연대해 행정·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폐기물처리장 사업계획 즉각 철회 ▲주민과 축산농가의 생존권 보호 ▲환경·교통·수질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 ▲거창군의 최종 부적합 처분 등을 촉구했다.
한편 업체 측은 오는 9월 16일까지 관련 서류를 보완해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거창군의 사업계획 검토와 인허가 여부가 이번 논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대동리 상류의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행정기관이 서류상의 기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환경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