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이장할 곳 없어 사업 지연 우려에 대체부지 검토… 매수 신청에 따른 행정절차 진행”
남하면 대야리 군유 임야 2필지 199㎡ 관련… 토지 분할·감정평가 거쳐 장사시설 결정 변경 신청
군민 묘 이장과 형평성·공유재산 매각 적법성·진입도로 안전성은 여전히 확인 과제
경남 거창군이 233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군립 화장시설 ‘천상공원’ 부지 내 문중묘 2기의 존치 문제와 관련해 행정 추진 경위를 공개했다. 군은 해당 묘소의 이장 장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체부지 마련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후 토지 매수 신청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군민들의 묘는 이장한 반면 특정 문중묘는 존치하게 된 배경과 군유지의 용도폐지 및 향후 매각 절차가 적법했는지, 화장시설 진입도로의 교통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 군 “사업 추진 위해 대체부지 검토… 관련 절차 진행”
거창군이 공개한 ‘분묘 개요 및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논란이 된 분묘는 남하면 대야리 산 149-72번지와 산 149-73번지에 위치한 동래정씨 호암종중의 8대·9대 종중묘다.
자료에는 해당 토지가 각각 120㎡와 79㎡로 기재돼 있으며, 토지 소유자는 거창군으로 표시돼 있다. 두 필지의 면적을 합하면 199㎡다.
군은 해당 분묘가 화장시설 진입도로 공사 구간에 위치해 사업 추진을 위해 이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중 측이 이장할 장소가 없다는 사정을 제시하면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인근 대체부지 마련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군 자료에는 이후 종중의 매수 신청에 따라 65㎡를 일반재산으로 용도폐지하고 분할했으며, 토지사용승낙과 자연장지 조성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한 해당 토지는 장래 행정목적의 필요성이 없는 일반재산으로 용도폐지한 뒤 유상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으며, 관련 검토자료와 매각 및 계약 방식 등에 대한 법적 검토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 2026년 3월부터 관련 절차 진행… 8월 장사시설 결정 변경 신청
거창군이 공개한 추진 일정을 보면 관련 행정절차는 올해 3월부터 진행됐다.
군 자료에는 2026년 3월 23일 자연장지 설치 신고가 접수됐고, 같은 달 26일 신고자가 개인에서 거창군으로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어 4월 8일 토지사용권에 대한 보완 요청, 4월 10일 65㎡에 대한 매수 신청서 접수, 4월 13일 토지사용승낙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5월 27일 자연장지 설치 및 개발행위 허가가 완료됐으며, 5월 29일 토지 분할, 6월 7일 토지 감정평가가 각각 진행됐다.
군은 8월 6일에는 도시건축과에 군계획시설인 장사시설의 결정 변경 입안을 신청했다고 자료에 명시했다.
이 같은 자료는 분묘 존치와 관련해 토지 분할과 감정평가, 장사시설 결정 변경 신청 등 여러 행정절차가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각 절차의 법적 성격과 최종 처리 결과, 토지 매각의 완료 여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쟁점은 ‘절차 진행’ 넘어 형평성과 공유재산 처분의 적법성
이번 사안에서 핵심은 단순히 행정절차가 진행됐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당초 화장시설 사업부지에 있던 일반 군민들의 조상 묘는 이장했는데 특정 문중묘는 별도의 대체부지를 마련해 존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이 과정에서 모든 민원인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는지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
특히 군유지를 일반재산으로 용도폐지한 뒤 매각하는 과정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른 요건과 절차가 충족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매수 신청과 감정평가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매각의 적법성이 모두 입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토지의 용도폐지 결정 주체와 사유, 매각 대상 면적 및 가격 산정 기준, 실제 계약 체결 여부, 공유재산 관련 심의와 의회 의결 대상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군이 밝힌 법적 검토의 내용과 결과도 공개돼야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 진입도로 교통안전 문제도 별도 검증 필요
분묘 존치 문제와 함께 제기된 진입도로의 교통안전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앞선 보도에서는 해당 묘소 인근 도로의 차선 구조와 감속 차선 폭 등을 놓고 사고 위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군의 자료는 분묘 대체부지 마련과 토지 관련 행정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도로 구조와 교통안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결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분묘 존치가 실제 도로 설계에 영향을 미쳤는지, 설계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구간의 차선 폭과 진출입 동선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군은 설계도면과 도로 안전성 검토 자료 등을 통해 관련 의문에 답해야 한다. 분묘 존치와 도로 설계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군민과 시설 이용자의 안전성은 별도로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 군민 납득할 수 있는 자료 공개가 해법
거창군립 화장시설은 군민의 장례 편의를 높이기 위해 조성하는 공공시설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원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공공재산의 관리 원칙과 행정의 형평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분묘 존치와 대체부지 마련, 토지 분할 및 감정평가 등 그간의 추진 경위를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절차가 진행됐다는 설명만으로 특혜 의혹이나 교통안전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창군은 분묘 존치 결정의 구체적인 경위와 승인 과정, 공유재산 용도폐지 및 매각 관련 검토 결과, 관련 심의·의결 여부, 도로 안전성 검토 자료를 공개해 군민의 의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자체 감사 등을 통해 당시 의사결정과 행정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그에 따른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
공공사업의 성과는 공사 기간을 맞추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 군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 안전한 시설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
수백억 원의 군민 혈세가 투입된 천상공원이 신뢰받는 공공시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거창군의 더욱 명확하고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