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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가게33'
[2023-09-07]

 

~세월 이기는 장사~
백서희

과수댁은 늘 살아오던 대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굴리다보니 피부 관리실 한 번 마음 놓고 가 보질 못 했다. 아니, 아예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이도 한 살씩 늘어가고,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니 저승꽃이니 잡티가 얼굴 가득 덮이고 군데군데 주름이 늘어 거울을 보는 게 징그러운 파충류를 보는 듯이 소름 끼쳤다.
“아이고, 세월 이기는 장사 있나. 나도 늙네. 손자꺼정 봤는데 안 늙고 되나 참, 허탈하기는 하다. 내가 세월 헛살아 온 거는 아이것제?”
그러다가 문득 급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은 이팔청춘이나 몸 구석구석 불편한데가 나타나고 거울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자식들은 반듯하게 키워 놨으니 걱정이 없지만 거죽만 덩그러니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과 무엇을 위해 부지런을 떨며 살아왔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집에 있는 먹다 남은 오래된 미숫가루와 꿀과 우유를 혼합해서 얼굴에다 바르고 셀프 관리를 했다. 당장 피부 관리실을 가기는 쉽지가 않고, 하기 쉬운 것을 택했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 하면서 거울을 보고 ‘예뻐져라, 젊어져라. 나는 나대로 예쁜 거야, 누구도 나의 미모를 따라 올 수 없어, 오늘 한 술의 미숫가루가 내일의 아름다운 미모로 탄생시킬 거야’ 최면을 걸었다. 찬바람이 불면 풍문으로 들은 성형 잘 하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진단을 받아볼까 궁리를 했다.
과수댁은 이제 순동과 썸타는 단계를 넘어 서로 끌어당기는 사이가 되었다. 순동은 비록 과수댁이 아가씨는 아니지만, 언제나 상냥하고 씩씩하고 푸근한 피붙이처럼 챙겨주는 기댈 언덕처럼 느껴졌다. 그런 맘에 자주 가게를 들락거리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고 하루라도 가게에 가지 않으면 허전하기 까지 했다. 드는 정 나는 정 다 들었나 보다. 오늘도 가게에 들렀더니 과수댁은 벌게진 얼굴로 순동을 맞이했으니 순동은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속으로 지은 죄 없이 켕겼다.
“누님, 뭐 오늘 속상한 일 있는기요?”
“아이라, 멀거니 혼자 속 낄있다. 거울 바라보이 한심해서 속에서 불이 난다아이가”
“아이고 마, 세월을 오째 속일끼요? 그기 훈장 아잉기요. 찬바람 맞고 서리 맞고 눈 비 맞는데 전딜 재간이 있는기요. 천불(千佛)로 승화 시키소 마. 오째 나하고 재미있는 일이나 맹글어 보입시더 누님”
“오, 예, go다. 그래봐야 나마 속 상하것제. 속절없이 가는 세월을 누가 말릴끼고? 받아 들이야지 그냥 한 번 해 봤어. 나만 그런 기 아이고 누구나 공평하게 누리는 거 맞제? 순동이 니가 오이께네 고마 봄눈 녹듯이 해결 되뿟다 고맙네. 사람 마음이 이리 요사스러운 거 아이가 헤헤”
과수댁은 아침에 거울을 보다가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었다. 그러던 차에 순동이 가게로 얼굴을 들이밀자 눈이 휘둥그레지고 부아는 스르르 가라앉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나 보다. 며칠째 순동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이 있나, 변심을 했나 사람들한테 일일이 물어 볼 수도 없고 혼자서 전전긍긍 하던 차였다.
“니 오데 갔었나? 요 며칠째 안 비데? 마이 궁금했다.”
“일도 마이 없는 철이라 마음도 다스릴 겸 경기도 산골 참선명상 하는 데가 있다캐서 5박 6일 일정으로 댕기왔다 아잉기요.”
“무신 걱정이 있나? 아니믄 맘이 복잡하나 보기하고는 좀 다르네. 참선 하는 데를 와 댕기왔으꼬? 이런 거랑은 거리가 먼 줄 알았디만, 맘이 싱숭생숭하나?”
“그런기 아이라요. 우리도 인자 진도도 좀 나가야 안 되겠는기요. 맨날 사람들 눈치만 보고 하이께네 재미도 없고 해서 바람도 쐬고 이참저참 댕기왔지요.”
“아이고, 그랬나? 그람 말이라도 좀 하지 그랬노. 난 그런 맘도 모르고 한참 안 보이길래 무신 일 있는가 싶어서 걱정 했디라. 인자 좀 터놓고 야기하자”
“아이고 마, 누님아 명색이 총각인데 그래도…. 동네사람들 눈치 봐 가미 연애를 할라카이 숨 막히고 어처구니 없다.”
“좁은 동네 살마 그렇다. 다 양면성이 있어. 한 울타리 가족들처럼 서로들 걱정해 주고 돌봐주면서 아늑한 분위기도 있지만, 지금 니 입장에서는 답답하제 그자. 오야것노?”
가게도 지금까지는 허름한 건물 안에 방겸 주방, 탁자, 의자 몇 개, 뒤쪽 안채로, 들마루가 놓여 있어 옹기종기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개인적인 한탄까지 그야말로 ‘나들가게’라 다정하고도 인정미 넘치는 것이었으나, 요사이는 깨끗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고, 살아생전에 새 건물에 단정하게 살아보고도 싶은 마음에 과수댁도 올 봄에는 집을 다시 지으려고 한다. 얼마 전 건물을 다 부수고 나서 터를 바라다보니 가게랑 살림집이랑 두 집 살림이었던 터 인데 그것들이 다 어디에 들어 있었는지 마당은 아주 작아 보였다. 그래도 있을 거 다 있었는데 말이다. 굴삭기로 땅을 고르고 과일이랑 막걸리를 사서 터 신에게 ‘잘 살던 땅을 파헤치게 되었으니 지금처럼 아무 탈 없이 잘 지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터 신님’ 하는 고사를 지냈다.
요즘은 나들가게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젊은이들이나 혼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편스토랑이 인기라 한다. 이곳에는 음식이 거의 바로 입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서 나오고 분량도,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이용하기엔 불편이 없다. 과수댁도 이참에 편스토랑으로 바꾸어볼까 생각 중이다. 위치와 주 이용고객층을 고려해서 정할 궁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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